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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방송] 고려인마을 김블라디미르 시인의 오늘의 시 '우리는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졌다 ‘
-흩어졌지만 사라지지 않은 이름들
-고려인 디아스포라를 증언하는 한 편의 시
제목: 우리는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졌다

우리는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졌다./ 누구는 자기의 역사적 조국으로/ 누군 미국으로, 누군 유럽으로, 우린 한국으로./ 허나 난 타슈켄트를 옛날처럼 여전히 사랑한다.

정다운 우즈베키스탄의 내 친구들을 사랑한다./ 거기서는 손님을 아버지보다 더 친절히 맞지 않던가/ 결혼잔치가 열리면 기름밥을 그냥 나눠주며/ “어서 들어오시게, 친구들이여!”

타슈켄트의 시끄러운 시장을 좋아한다./ 심장에 가까운 말 “고마워요, 형제여”/ 구도시 속의 비좁은 거리를 거니는 것도 좋아하고/ 타슈켄트와 관련된 것은 모든 것이 다 반갑다.

나의 가족, 모든 자식과 손자들은/ 조상의 땅에서 안락하고 기쁘게 지낸다./ 모두 미소 짓고, 친구처럼 지체 없이 돕는다,/ 가볍게, 신기하게, 아무런 말도 없이.

어디를 더 사랑하느냐고 내게 물어보면/ 둘 중 하나에게는 안녕을 고해야 되는데… /나의 두되는 “한국에서 살라”고 하는데/ 심장은 “타슈켄트를 버리지 말라!”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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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고려인마을에서 활동 중인 김 블라디미르 시인의 작품 〈우리는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졌다〉는 한 개인의 회고를 넘어, 1937년 강제이주 이후 한 세기를 살아온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집단적 감정을 응축해 보여주는 증언 문학에 가깝다. 이 시는 ‘어디에 사는가’라는 질문 대신, ‘어디에 마음이 머무는가’ 라는 보다 본질적인 물음을 독자에게 던진다.

시의 첫 문장은 단호하다. “우리는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졌다.” 반복되는 이 선언은 강제이주 이후 고려인 공동체가 겪어야 했던 운명을 집약한다. 역사적 조국과 미국, 유럽, 한국으로 이어지는 지리적 나열은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니라, 흩어질 수밖에 없었던 삶의 구조를 상징한다. 그러나 시는 이 분산을 정체성의 붕괴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다층적인 정체성이 형성되는 디아스포라의 현실로 담담히 제시한다.

김블라디미르 시인과 광주 고려인마을 사람들/ 사진=고려인마을 제공


작품에서 가장 생생하게 호명되는 공간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다. “시끄러운 시장”, “기름밥을 나누는 결혼잔치”, “형제여”라는 호칭은 도시의 풍경을 넘어 공동체가 지켜온 환대와 연대의 윤리를 되살린다. 타슈켄트는 더 이상 행정적 주소지가 아니라, 함께 살아내며 관계를 맺었던 기억이 축적된 정서적 고향으로 그려진다. 시는 이 기억을 노스탤지어에 가두지 않고, 삶을 지탱해 온 윤리적 가치로 끌어올린다.

시의 결말부에서 화자는 디아스포라의 핵심적인 내적 갈등을 드러낸다. “나의 두뇌는 ‘한국에서 살라’고 하는데 / 심장은 ‘타슈켄트를 버리지 말라’고 하네.” 이는 이주민이 겪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개인적인 분열이다. 현실적 선택과 정서적 귀속 사이의 긴장은 끝내 해소되지 않으며, 바로 그 미해결성이 디아스포라의 실존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과장 없는 언어에 있다. 감정을 고조시키는 수사 대신, “가볍게, 신기하게, 아무런 말도 없이” 서로 돕는 삶의 장면이 시를 이끈다. 이는 고려인 공동체가 낯선 땅에서 생존해 온 방식이자 윤리이며, 시는 거대한 역사 서술 없이 일상의 언어로 공동체의 기억을 기록한다.

이 시의 의미는 시인의 삶과 맞닿아 더욱 깊어진다. 김 블라디미르 시인은 한때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문학대학에서 교수로, 의과대학 러시아어문학과 학과장으로 30여 년간 강단에 섰던 지식인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광주 인근에서 공장과 농촌 현장을 오가며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사과와 배, 감을 따고 배추와 무를 수확하는 그의 현재는, 이 시를 문학적 성찰을 넘어 삶의 증언으로 읽히게 만든다.

〈우리는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졌다〉는 문학 작품이면서 동시에 살아 있는 역사 기록이다. 피해와 상실의 서사에 머무르지 않고, 선택과 사랑, 갈등과 연대가 공존하는 현재진행형의 삶을 보여준다. 이 시는 말한다. 사람은 몸이 머무는 곳에서만이 아니라, 마음이 머무는 곳에서도 살아간다고. 그리고 디아스포라의 삶이란, 그 두 장소 사이를 오가며 끝내 버리지 못한 이름들을 품고 살아가는 일임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증언하고 있다.

고려방송: 이부형 (고려인마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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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 : 2026년 01월 05일 0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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