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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방송] 고려인마을 한글문학기획전, 고려인 시인·소설가 윤수찬의 삶과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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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이주와 노동을 생활어로 남긴 한 세기의 기억
-윤수찬 문학이 오늘 다시 읽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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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마을 1번지’ 광주 고려인마을 산하 고려인문화관(관장 김병학)은 현재 진행 중인 ‘고려인 한글문학 기획전’을 통해, 소련 시기 고난의 삶 속에서도 언어를 놓지 않았던 고려인 문학인들을 조명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강제이주와 유랑, 노동과 생존의 시간을 문학으로 견뎌낸 고려인 시인이자 소설가 윤수찬(일환, 1943~2000)의 작품 세계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
윤수찬은 천둥처럼 외치기보다 흙처럼 낮아진 언어로 한 세기의 상처를 기록한 작가다. 그의 문장은 격정적인 선언 대신 오래 남는 침묵으로 말한다. 설명하지 않고 남겨둔 여백 속에서 기억은 밀봉되지 않고 끝내 살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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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시인이자 소설가 윤수찬(일환, 1943~2000)/사진=고려인마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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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은 역사적 비극을 정면으로 고발하지 않는다. 대신 하루의 노동, 밭고랑에 드리운 그림자, 길 위에 남은 체온 같은 생활의 결을 따라간다. 이 절제는 회피가 아니라 하나의 윤리다. 말이 많을수록 진실이 흐려지던 시대, 그는 말하지 않음으로 말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 선택은 오늘날 디아스포라 문학의 가장 단단한 중심으로 읽히고 있다. 그의 시구 한 절 “우리는 울지 않았다./다만 흙이 차가워질 때까지,/손을 놓지 않았을 뿐이다.” 이 짧은 구절에는 윤수찬 시학의 핵심이 응축돼 있다. 눈물의 과잉 대신 손의 지속, 감정의 폭발 대신 삶의 연속. 그의 시는 ‘버텨냄의 미학’으로 공동체의 존엄을 조용히 보존했다.
그의 소설 또한 같은 결을 따른다. 거대한 사건보다 무명의 삶이 중심에 선다. 이주 열차의 창가, 임시숙소의 밤, 낯선 언어가 오가는 시장의 오후-작가는 인물들의 침묵을 따라가며 독자 스스로 귀 기울이게 만든다.
또한 그의 소설 한 구절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름을 부르면 다시 떠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뿌리 없는 나무처럼 서 있었다.” 이 장면에서 윤수찬의 산문은 사건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정착과 이탈 사이에서 흔들리는 미세한 온도를 포착한다. 설명이 비워진 자리에서 독자는 비로소 역사와 마주한다.
문학사적으로 볼 때, 집단의 생활 리듬을 담담히 기록한 김증손의 시, 가정과 여성의 일상 언어로 내면을 길어 올린 김안나의 작품이 고려인 문학의 다른 축을 이룬다면, 윤수찬은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침묵 자체를 서사로 만드는 작가’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고려인 문학 평론가들은 윤수찬을 두고 “선동의 언어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생활어의 증언자”라고 평가한다. 그의 문학은 개인적 감정을 표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일상의 언어로 한 공동체가 겪어 온 시간을 기록하며, 집단 기억을 저장하는 문학적 장치로 기능한다. 정치적 구호나 이념의 언어가 아니라, 삶의 리듬 그 자체로 역사를 남겼다는 점에서 윤수찬의 작품은 오늘 더욱 절실하게 읽힌다.
최근 광주 고려인마을을 중심으로 윤수찬의 필사 원고와 작품 텍스트를 정리하고 재조명하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작가의 이름을 복원하는 일이 아니다. 사라질 뻔했던 언어와 기억을 다시 불러내어, 공동체의 과거를 현재로 잇고 미래로 전달하는 기억의 작업이다.
따라서 윤수찬의 문학은 우리에게 묻는다. 역사는 어떻게 살아남는가. 그의 답은 분명하다. 요란한 외침이 아니라, 조용하지만 끝까지 손을 놓지 않는 삶의 태도 속에서 역사는 살아남는다. 그때 언어는 다시 뿌리를 내리고, 오래된 기억은 새로운 생명으로 부활하기 때문이다.
고려방송: 양나탈리아 (고려인마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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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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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6년 01월 15일 06시 36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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