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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방송] 고려인마을 한글문학기획전, 공동체 내면을 기록한 소설가 ‘명월봉’
-역사의 변두리에서 탄생한 고려인 한글문학
-공동체의 심장을 기록하다
‘역사마을 1번지’ 광주 고려인마을 산하 고려인문화관(관장 김병학)이 현재 ‘고려인 한글문학 기획전’을 열고, 소련 시기 혹독한 역사 속에서도 끝내 언어를 놓지 않았던 고려인 문학인들의 삶과 문장을 조명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강제이주와 유랑, 집단농장과 이름 없는 노동의 시간을 총칼이 아닌 말과 글로 견뎌낸 사람들의 기록이다. 고려인 작가들은 침묵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한글로 삶을 적었고, 그 문장들은 영웅담이 아닌 하루를 견뎌낸 흔적, 선언이 아닌 숨을 이어간 기록으로 남았다.

고려인 소설가 명월봉(1913~1991)/사진=고려인마을 제공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받는 인물은 고려인 소설가 명월봉(1913~1991)이다. 그의 작품은 이주 공동체가 겪은 혼란과 선택의 시간을 개인의 내면 서사로 풀어내며, 1930년대 고려인 사회의 초상과 공동체의 고단한 삶을 조용히 드러냈다.

대표작 〈새로운 길〉은 집단농장에 발을 디딘 한 청년의 흔들리는 내면을 따라가며, 이념의 언어와 생활의 언어 사이에서 방황하던 고려인 공동체의 현실을 담아냈다. “길은 위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걷는 과정 속에서 생겨난다”는 메시지는 오늘의 독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또 다른 단편 〈붉은 새벽〉은 ‘새 시대’의 도래를 노래하면서도, 그 새벽을 맞기까지 치러야 했던 개인의 고통을 지우지 않는다. 집단의 이름 아래 가려졌던 얼굴들을 다시 불러내며, 당대 고려인 문학이 지녔던 양심의 자리를 분명히 보여줬다.

미확인 단편으로 전해지는 〈국경을 넘은 사람들〉은 연해주와 만주, 중앙아시아로 이어진 이동의 경험 속에서 정착 실패와 재정착을 반복해야 했던 고려인들의 말 없는 고단함을 제목만으로 증언하는 작품이다.

명월봉의 소설들은 고려인 신문·잡지 문학면에 발표된 짧은 단편을 중심으로, 집단농장 농민과 노동자, 교사와 청년 활동가 등 공동체의 얼굴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강한 계몽성과 교훈적 결말, 현실 기록에 가까운 문체는 고려인 문학이 ‘시 중심 문단’에서 ‘소설 장르로 확장되던 과도기’의 양상을 또렷이 보여주고 있다.

노동과 집단, 이주와 정착, 사상과 현실의 간극, 공동체 내부의 시선은 명월봉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문학적 기교보다 기록과 증언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그의 소설은 1930년대 고려인 사회를 내부자의 언어로 전한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고려인마을 관계자는 “이번 기획전은 작품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전시라기보다, 언어를 통해 스스로를 지켜낸 사람들의 존엄을 기억하는 자리”라며 “고려인 문학은 역사의 변두리가 아니라, 한 공동체의 심장에서 태어났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고려인 한글문학 기획전’은 문학이 단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혹독한 역사 속에서 삶과 정체성을 지켜낸 실천의 언어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큰 사건과 목소리로 기록되지 못한 역사 이면에서, 고려인 문학인들의 조용한 문장들은 한 세기의 시간을 견뎌낸 공동체의 증언으로 남아 오늘의 독자 앞에 다시 놓이고 있다.

고려방송: 안엘레나 (고려인마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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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 : 2026년 01월 21일 06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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