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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방송] 고려인마을 김블라디미르 시인의 오늘의 시 '80년이 흘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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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 그리고 광주까지… 꺾이지 않은 민족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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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마을 1번지'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활동 중인 김 블라디미르 시인이 연재 중인 ‘오늘의 시’를 통해 전하는 작품 〈80년이 흘러〉가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2017년 강제이주 80주년 맞아 쓴 시로 시간의 문턱에서, 강제이주와 망명, 전쟁과 굴욕을 통과해온 고려인 공동체의 집단 기억을 정제된 언어로 증언하고 있다. 시는 단순한 회고를 넘어, 유랑민의 역사적 상처가 오늘의 정체성으로 어떻게 되살아나는지를 묻는 묵직한 사유의 텍스트다.
제목: 80년이 흘러
우리는 새로이 대한민국을 찾아냈다,/무수한 고통 속에서도 우리 민족은 굽히지 않았다/아무도 우리를 굴복시키지 못하리라!/왜 우리에게 이런 아픔이 주어졌을까?/악한 원수에게조차 바라지 않는 이 아픔이./우리는 싸우러 나섰다./ 행복을 위해,/일본 침략자들을 몰아내기 위해./아버지와 형제들은 전쟁터에서 쓰러졌다,/조국이라 부르는 나라의 명예를 위해서./왜 우리는 이처럼 혹독한 굴욕을 당했을까?/왜 멀고먼 낯선 나라로 쫓겨났을까?/우리로 하여금 전통과 언어를 잊어버리고/우리의 고향 땅을 볼 수 없게 만든./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던가!/나는 아버지가 흘린 눈물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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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블라디미르 시인의 시집'어둠 속 빛이 떠오를 때' /사진=고려인마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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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이 흘러〉는 “우리는 새로이 대한민국을 찾아냈다”라는 첫 구절로 시작된다. ‘찾아냈다’는 표현은 귀환의 감격과 동시에 상실의 역설을 드러낸다. 조국은 있었으되 닿을 수 없었던 공간이었고, 피로 지켜냈으나 발 디딜 수 없었던 땅이었다.
시 속 화자는 묻는다. “왜 우리에게 이런 아픔이 주어졌을까?”/“왜 멀고 먼 낯선 나라로 쫓겨났을까?”
이 질문은 특정 개인의 탄식이 아니다. 1937년 스탈린 정권의 강제이주로 중앙아시아로 내몰린 고려인 1세대, 독립을 위해 싸웠으나 다시 유랑민이 되어야 했던 이들의 집단적 자문이다.
김 블라디미르 시인은 이 질문을 단죄의 언어가 아닌 ‘기억의 언어’로 풀어낸다. 분노를 외치지 않으나, 슬픔을 고요히 축적한다. 그 고요함이 오히려 더 큰 파문을 만든다.
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아버지와 형제들은 전쟁터에서 쓰러졌다, 조국이라 부르는 나라의 명예를 위해서”라는 대목이다. 여기서 ‘조국’은 지리적 개념이 아니라 윤리적 신념이다.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고려인 선조들, 연해주와 만주, 중앙아시아 벌판에서 총을 들고 싸웠던 이름 없는 이들의 희생이 응축돼 있다.
그러나 역사는 그들에게 또 다른 굴욕을 안겼다. 강제이주, 언어 단절, 문화 소거. “우리로 하여금 전통과 언어를 잊어버리고 / 우리의 고향 땅을 볼 수 없게 만든.” 이 구절은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문화적 단절의 고통을 드러낸다. 고려인에게 유랑은 국경을 넘는 일이 아니라, 기억이 지워질 위기와 싸우는 일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흘린 눈물을 잊지 못한다.” 이 마지막 행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적 핵심이다. 눈물은 약함의 상징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기억의 매개다. 아버지의 눈물은 패배가 아니라, 끝내 민족을 버리지 않았던 마음의 증거다.
김 블라디미르 시인은 이 ‘눈물’을 통해 고려인 문화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총과 정치가 아닌, 가족과 언어와 노래로 이어진 역사. 비극 속에서도 한글을 지켜냈고, 명절과 전통음식을 지켰으며, 아이들에게 자신의 뿌리를 가르쳤던 삶의 문화사다.
현재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이어지는 문학 활동과 문화 프로그램, 그리고 정체성 교육은 바로 이 눈물 위에 세워진 토대라 할 수 있다.
고려방송:이부형 (고려인마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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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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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6년 02월 25일 06시 54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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